하릴없는 왕으로서 이 적막한 화롯가,
불모의 바위 틈서리
늙은 아내와 짝하여
먹고 자고 욕심만 부리는 야만 족속에게
어울리지 않는 법이나 배푼다는 것,
쓸모없는 짓이다
나는 죽어도 모험을 그만둘 수는 없도다
내 삶의 마지막 찌꺼기라도 다 마셔 버리겠도다
나는 즐거움도, 고통도 마음껏 즐겨 본 사람
때로는 나를 따르는 부하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해변에서 폭풍우가 몰아쳐 캄캄한 바다를 성나게 만들었을 때
자연히 내 이름은 사해四海에 떨치게 되었도다
채워질 줄 모르는 호기심으로 세상을 떠돌다 보니
보기도 많이 보았고, 배우기도 많이 배웠도다
신기한 사람들이 사는 도시들, 이상한 풍속, 기후, 정치제도
어디에서나 항상 귀빈으로 대접받았도다.
바람 휘몰아치는 트로이 평원에서도
나는 동료들과 함께 전쟁을 만끽 했도다
나는 그 모든 경험의 한부분이다
그러나 모든 체험은 하나의 홍예문
그 너머로 가보지 못한 세계가 홀긋 보이나
다가갈수록 그 변경은 사라져버린다
일을 하지 않고 쉰다는 것, 정지한다는 것, 얼마나 지루한 일인가
쓰지 않고 녹슬고 빛을 잃는다는 것, 얼마나 지루한 일인가
숨만 쉰다면 그것이 사는 것인가
남보다 몇배의 삶을 살아도 부족하다 하겠는데
이제는 나 하나의 생애마저 남은 것이 얼마없구나
그러나 한 시간 한 시간은
영원한 정적에서 구해낼 수 있는 것
정적만이 아닌 새로운 것을 가져오는 것
3년 이상이나 되는 긴 세월을 늙었지만
언제나 마지막 넘어가는 별처럼
인간 사유의 마지막 한계를 넘어
너희들도 나도 이젠 늙었도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할 일과 명예는 있는 것
죽으면 만사가 끝이로다,
그러나 그 종말이 오기 전에 해야만 될 보람된 일이 기다리고 있도다
이게 내 아들, 내 혈육 텔레마커스
그에게 왕좌와 섬을 맡긴다
내가 귀애하는 아이
사나운 족속을 순화하여
유익하고 선한 일에 따르게 할 참을성 있는 지혜로써
이 힘든 일을 감당할 지각이 있다
내가 없더라도 뭇 일거리에 둘러싸여
인정을 베푸는 일에 실수없고
집안 신들에게 합당한 예배를 드릴 수 있으니
결함이란 조금도 없다
그는 자기 일을 나는 내 일을 할 뿐
저기 항구가 있다
돛에 바람이 가득하다
어둡고 넓은 바다가 저기 검푸르다
나의 뱃군들아
나와 더불어 애쓰고, 일하고 궁리한 사람들아
우레와 햇볕을 똑같이 흔쾌히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씨, 열린 머리들과 맞붙어 싸운 사람들아
그대들도 나도 다 늙었다
그러나 늙은 나이에도 명예와 일꺼리가 있다
죽음이 모든 것을 삼킨다
그러나 종말이 있기 전 무언가 명예로운 업적을
신들과 다툰 사람들에게 어울릴 일을 이룩할 여지는 남아 있다
바야흐로 바위 끝에 불빛이 반짝거린다
기나긴 날이 이운다.
느린 달이 솟는다
깊은 물이 많은 목소리로 한숨지으며 감돈다
자, 동지들이여! 떠나자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세계를 찾으러 배를 밀어내어라,
순서대로 앉아 파도를 가르자
내가 가는 곳은 해가 지는 곳,
서녘의 별들이 목욕하는 곳
그곳으로 죽을 때까지 가겠노라
혹시는 심연이 우리를 삼킬지 모르나
혹시는 행복의 섬에 닿아
우리 옛 친구 위대한 아킬레스 다시 보리라
비록 잃는 것이 많더라도
남아 있는 것도 적지 않도다
비록 우리의 힘이 옛날처럼 하늘과 땅을 뒤흔들 수는 없더라도
그래도 우리는 우리다, 모두 하나같이
영웅의 기개를 가진 우리는,
우리는 시간과 운명에 어쩔 수 없이 약해졌다 하여도
강력한 의지로 싸우고, 추구하고, 발견하고
결코 굴복하지 않겠도다
- 작품의 화자: Ulysses (오디세우스)
- 청자: 함께 고단한 경험을 했던 뱃사람들
- Idle King: 오디세우스
- 작품 속에서 20년 동안 자신을 기다려준 아내를 ‘나이든 아내와 살고 있다’고 표현
- 자신이 다스리는 족속을 야만족이라고 표현
- 미지의 세계가 끊임없이 존재하며 지식의 추구는 끝이 없다 (빅토리아 시대의 정신)
-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힌다
- 죽을 때까지 함께 탐험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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